현진서 | TIBIU

감파르다
현진서 · 治愈 · 现代背景漫画连载이 집을 나가야 할 것 같았다. 벗어나지 못하면 신경 쇠약에 걸려 자멸해 버릴 것 같았다. 단순한 독립이 아니라 결혼해야겠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법적으로도 그녀를 보호해 줄 남자가 필요했다. 완벽히 이 집과 분리해 줄 울타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연우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아랫길을 향해 걸었다. 감파르던 하늘이 다른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옅은 하늘빛으로 밝아진 풍경을 보니 어쩐지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 “감파르다….” 낮은 중얼거림이 무의식적으로 새어 나왔다. 잠을 깨운 친구의 연락 때문인지 그 새벽하늘의 빛깔이 가슴에 여운처럼 남았다. 감파르던 남자가 또다시 떠올랐다. 어둑하게 짙은 그늘이 지고, 시리도록 차가운 기운이 감돌던 사람. 차백현은 결혼 같은 걸 할 생각이 있을까? 이렇게 말하면 그는 미쳤다고 할 테다. 초등학교를 제외한 학창 시절 내내 선후배 사이였다곤 해도, 이렇다 할 교류도 없었는데 난데없이 찾아가 결혼하자고 하면 그는 어떤 얼굴을 할까? 하지만 차백현 외에 다른 남자가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적어도 그는 그녀가 아는 사람 중 몇 안 되는 정상적인 남자였다. 연우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그녀의 방패막이가 되어 줄 남자를 찾아야 했다. 정확히 이틀 뒤, 그녀는 서온백화점 본사로 향했다. 그리고 차백현 대표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서서, 오늘 막 귀국했다는 그에게 기어이 미친 소리를 내뱉었다. “선배, 나랑 결혼해요."
안녕, 누나
현진서 · 现代背景 · 办公室恋爱漫画连载“누나, 안녕?” “…….” 민영은 그를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한 모양이었다. 인상을 찌푸리는가 싶더니 왜 자꾸 자신에게 ‘누나’라는 호칭을 붙이냐는 듯 눈을 깜빡이는 게 보였다. 저 표정이 기억이 난다. 그가 황당한 질문을 하면 민영은 저런 표정을 짓곤 했다. 그 어린 시절이 뇌리를 헤집는 순간, 민영에게서 풍겨 오던 커피 향이 점점 더 짙어졌다. 비가 내려서 냄새 또한 묵직하게 가라앉을 텐데, 이상할 정도로 커피 향은 흐려지지 않았다. 기묘한 일이었다. 벌써 20년이 지났는데 그날의 커피 향과 똑같았다. “박기우.” “응, 나예요.” 녀석이 씩 웃었다. 그렇게 불쑥 낮도깨비처럼 나타난 녀석이 자꾸만 우연을 가장해 눈앞에 나타났다. “이것도 우연이야?” 민영의 눈이 금세 가느다래졌다. 나직하게 흘러나오다 만 감사의 단어 대신 내뱉은 말이 뾰족했다. 기우가 입술을 크게 늘이며 웃었다. “필연을 가장한 우연이죠.” 민영은 잠시 기우를 노려보았다. 뭐가 좋다고 싱글벙글 웃을까? 웃는 건 또 왜 이렇게 환한 건데? 어린 시절을 몰랐다면 세상의 시름이라곤 하나도 모르고 자란 부잣집 도련님인 줄 알 거다. 웃는 얼굴이 무척이나 해맑은 가운데 어른이 됐다고 그 속에서 남자 냄새가 났다. 하긴, 더는 열 살이 아니니까
깃들다
현진서 · 治愈 · 现代背景漫画连载세상이 멸망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세상을 휩쓸고 지나간 다음, 살아남은 사람은 오직 연주뿐이었다. 적어도 연주의 세상에서는 그랬다. 모두가 사라진 도시, 적막함과 외로움만 남아 버린 도시에서 혼자 살아가는 연주. 외로움에 지쳐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고 혼자 살아가는 것이 버거워질 무렵 연주가 발견한 한 대의 무전기에서 살아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한태준입니다.] 또 다른 생존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무전기 너머의 남자 한태준을 찾아 도시를 떠난 연주. 과연 그녀는 무사히 그를 만날 수 있을까. 정말 자신들은 이 세상의 최후의 생존자들일까.
황궁의 밤
현진서 · 架空历史 · 重逢漫画连载“살려 달라고 하여라.” 턱을 쥔 무륜의 악력이 세졌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 턱이 비틀린 여운은 눈을 감은 채로 무륜이 원하는 대답을 내뱉었다. “살려 주십시오.” “용서해 달라고 해.” “용서해 주십시오.” “재미있구나. 이리 말을 잘 듣는 계집이었나? 비굴하기 그지없는 이 계집을 내가 그리 아꼈다는 게 믿기지 않는군. 그래, 많이 아꼈어. 보는 것도 아까울 지경이었지.” “…….” 조롱이 그득하던 무륜의 목소리가 말끝에 더욱 비릿해졌다. 턱을 쥔 그의 악력이 느슨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그의 기다란 손가락이 여운의 턱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와 목덜미를 훑고 쇄골을 스쳤다. “손 한번 제대로 대지 못하고 아끼던 몸이었어.” 눈을 꼭 감은 채 여운은 어깨를 떨었다. 무륜이 내뱉은 말 속에 숨은 욕망이 고스란히 손가락에 서려 여운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쇄골을 지그시 누르던 그의 손가락이 서서히 밑으로 내려왔다. 조금만 더 내려오면 젖가슴. “입술 한번 빨아 내도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쳐다보는 것에 미안해져 내 욕망이 아프든 말든 외면해 버렸지. 가져 버리면 그만인데, 무엇을 위해 지켜 주었나 몰라.”
보호자
현진서 · 现代背景 · 初恋漫画连载“그래서 언제 해요?” “뭘?” 뭘 하기로 했던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시간도 벌고 생각도 할 겸 태열이 물컵을 들어 마실 때였다. “우리 연애요.” 풉! 태열은 물을 뿜었다. 다급히 식탁 옆에 있는 티슈를 뽑아 닦으면서도 태열은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한 눈동자로 유진을 응시했다. 뭐? 둘이서 뭘 하자고? “그렇게 충격적인가?” “너 뭐냐?” 하고많은 우스갯소리 중 왜 그런 농담을 하느냐고 타박하는 태열의 눈초리가 맹렬해졌다. 그 사나운 눈빛에도 아랑곳없이 유진이 대수롭지 않게 눈을 깜빡였다. “난 같은 마음인 줄 알았지.” “미쳤어?” “쌍방 통행이 아니었나 보네. 일단 접수.” 저거, 미친 건가? 덜컥, 태열의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너희 속옷 널어놓은 것까지 보면서 살아온 세월이 9년이야.” “그건 또 언제 봤대?” 주방 근처 세탁실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가 다시 그에게 돌아온 유진의 눈빛이 그제야 새치름하게 변했다. 변태 쳐다보는 듯한 눈초리에 태열은 발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고 싶어서 봤겠어? 거기에 잡동사니들이 죄다 있는데, 찾으러 가는 길에 그걸 어떻게 못 봐? 눈이 달렸는데?” “그래서 신비감이 없다, 뭐 그런 뜻이에요?” “가족이라고.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에 신비감이 웬 말이야.” *남자주인공: 한태열 – 태열은 스물두 살에 어린 두 자매의 보호자가 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였을까. 공허한 눈동자가 마음에 들지 않던 유진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지만, 키워서 잡아먹는 건 옳지 않다. 양심이 있지,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여자주인공: 이유진 – 유진이 원하는 건 다른 의미의 보호자였다. 후견인이나 부모 같은 존재 말고 남자 대 여자로 서로를 사랑하고 의지하면서 마주 보는 사이. 하루하루가 지옥이던 시기에 그를 만났다. 천사처럼 그녀에게 왔다. 우리 연애 언제 해? *작품 속 하이라이트: 인정해. 물러서지 마. 어린 자매들을 돌보던 오빠에게서 벗어나 남자가 돼. 태열의 동공이 유진을 향한 뜨거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두려운 듯 흔들렸다. 언제부터 흑심을 품었다고 말해 줄까?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메고 가는 네 뒷모습을 보면서였다고 순순히 고백할까? 그렇게 인정하고 연애하고 사랑하면, 영원해질 수 있는 걸까? 지금보다 못한 관계로 전락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
너에게 멈춰서
현진서 · 治愈 · 现代背景漫画连载“누구야?” “오빠.” 팔짱을 끼고 있던 친구의 물음에 지아의 입술 새로 나온 호칭은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단호했다. 은겸은 정말 동생이 생긴 것 같아서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하지만 지아와 저는 진짜 가족이 아니라는 걸 은겸은 잘 알았다. 얹혀사는 신세라 어깨를 나란히 해선 안 되는 관계라는 것도 자각하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길 건너편에서 은겸을 발견하고 손을 흔드는 지아를 본 그의 친구가 물었다. “누구야?”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어떤 호칭을 사용해야 이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동생.” ‘나를 데려간 집의 귀한 손녀’라는 정확한 말을 꺼내지 않은 건, 친구 앞에서 자존심이 상하기 싫은 치기는 아니었다. 꼬맹이 한지아가 잠시라도 진짜 제 동생이었으면 싶어서였다. 멀고 멀어서, 어찌 보면 상하 관계에 가까운 사이라곤 해도 그렇게 지칭하고 싶지 않은 자그마한 욕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다른 마음이 조금씩 자라났다. 그저 동생 같았던 지아가 성장하며 자꾸만 그의 가슴을 뛰게 했다. 지아를 대면하는 날이 늘수록 이상한 감정도 차곡차곡 더해졌다. 양 회장의 하나밖에 없는 손녀. 장차 한루 호텔 리조트를 책임져야 할 대표. 저를 거두어 준 양 회장을 생각해서라도, 머리 검은 짐승이 절대 넘보아선 안 되는 존재. 그러니 멀리하는 것이 마땅한 한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