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녹빈 | TIBIU

애원이라도 할 걸 그랬어
이녹빈 · 现代背景 · 初恋漫画连载십여 년 전, 지은서는 윤휘경과 헤어졌다. 아니 제발 떠나달라며 그를 내쳐버렸다. 자신들이 함께할수록 휘경이 망가지는 꼴을 그대로 두고 볼 순 없었으니까. 그렇게 울음을 삼킨 채 그를 보내고, 수년이 흐른 어느 계절의 경계에 윤휘경이 돌아왔다. 지은서가 일하는 윤승고등학교의 젊은 이사장이 되어서. 그리고 은서에게 선언했다. “전 제가 잃어버린 건 꼭 되돌려 받아야 하는 성질머리거든요. 안 그러면 여기가 돌아요.” 아무리 봐도 이미 돌아버린 것 같은데? 미친놈은 피하는 게 제일인지라, 최대한 그의 눈에 안 띄려는 은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휘경은 노골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한다. “됐어. 언제부터 내 걱정이야. 그동안 나 혼자 잘 살아왔는데, 네가 다시 나타나서 엉망진창이 돼 버렸어.” 은서가 그런 휘경을 무시도 해 보고 철벽도 쳐 봤지만 그는 조금도 물러설 기미가 안 보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십 년 전, 그들을 헤어지게 했던 ‘그 사건’ 역시 다시금 휘경과 은서를 조여 오기 시작하는데……. * 본문발췌 “하긴……. 그럼 하나 물읍시다. 혹시 그간 딴 새끼랑 사귀었어요? 아니, 딴 새끼‘들’인가…… 얼마나, 몇 번?” 침묵하다 대뜸 물어 오는 그의 노골적인 질문이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참 경우가 없으시네요. 그걸 제가 답할 의무가 있나요? 그리고 다른 남자 사귀면 안 되는 거예요? 그쪽이 무슨 권리로?” 은서가 표정을 굳히고 쏘아붙이자, 그가 느긋한 자세로 테이블에 턱을 괸 채 말했다.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말이죠, 있으면…… 그 새끼 죽여 버리고 싶을 거 같아서요.” 그러고는 쏟아 내는 말의 기조와는 다르게 빙그레 웃음 지었다. 물론 진짜로 웃음이 나오는 건 아니다. 휘경은 있을지도 모르는 은서의 상대를 죽이고 싶을 지경인데 그녀는 최윤영과 둘이 대화하라며 오히려 자리까지 피해 주려 했다는 것에 분기탱천했다. 저도 안다. 자신은 지금 그녀의 그 무엇도 아니란 것을. ‘남 못 주는 저 개 버릇도 여전하네.’ 은서는 지나간 세월에도 그의 외골수적인 면만큼은 크게 변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저,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저는 그쪽이랑 다시 엮일 일, 없어요. 그러니 남의 사생활 궁금해하지도 말고 간섭도 말아 주세요. 지나간 제 전 남친들에 대해 분해하지도 마시고요. 각자의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길이 함께 갈 길은 아닌 거 아시죠? 우리 다신 서로의 길을 잘못 들지 말았으면 해요.” 은서는 본인들의 처지가 다름을 에둘러 말하고 있었다. “무슨 개뼉다귀 같은 소릴 그렇게 해요. 듣는 사람 서운하게.” 역시나 윤휘경은 좋게 말하면 들어 처먹지 않는다. 과외하던 시절 그가 자신의 수업을 그나마 경청해 들었다는 것조차 실존하지 않은 허상과도 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의 오밀조밀한 입가에서 긴 한숨이 비집고 나왔다. 은서는 이번엔 그를 직장 상사로서 존대하지 않고 말했다. “내가 널 버린 이유…… 잊었어?” 윤휘경은 그제야 등을 소파 뒤로 깊게 물리더니 긴 다리를 꼬며 어디 해 보라는 듯 흥미로운 낯빛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