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유주 | TIBIU

빨강
윤유주 · 现代背景 · 黑道漫画连载※본 작품은 신체적 폭력 및 강압적 관계 등 호불호가 나뉘는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왜 맞는지도 모르고 말도 못 알아먹겠다, 라…….” “…….” “그럼 그냥 모른 채로 죽어도 억울하지 않겠다. 그렇지, 빨강아?” 빨강은 잠깐 막연하게 멈춰 있었다. 비죽 웃으며 내뱉어진 낯선 남자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표정은 한없이 다정하게만 보여, 그 의미를 해석하는 데까지 수초가 걸렸기에. 한가득 걱정을 담아 엄마에게 보낸 메시지에 얄궂은 숫자 ‘1’이 사라지지 않기 시작한 날부터 빨강은 고립되었다. 그녀를 지옥으로 밀어 넣은 것은 사랑해 마지않은 그녀의 애인. 그와 함께한 1년 동안 눈이 멀고 귀가 닫혀 구렁텅이에 빠진 줄도 몰랐다. 그리고 그 안에 윤치호라는 남자가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 줄도. “지금까지 있었던 일 전부 설명해 봐.” “이빨…… 빨강입니다. 스물, 한 살. 흐읍!” 두서없이 흘러나오는 단어들이 빨강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처럼 한없이 투명했다. 히끅, 잔기침을 토하며 바르작거리는 빨강이 제 턱을 움켜쥔 치호의 손을 붙들었다. “아무것도 안 했, 는데. 왜. 흐윽……. 결백, 한데……. 흐으, 흐, 흑.” “이거, 순 여우 새끼인 줄 알았더니…….” 남자의 중얼거림을 듣던 빨강의 목이 툭, 꺾였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힘을 줘 꺾어 버린 꽃줄기처럼 가차 없이.
여름 별, 하진
윤유주 · 现代背景 · 初恋漫画连载딸을 방치한 아버지가 걱정 삼아 자신을 한 번이라도 돌아봐 주기를 원했던, 어설픈 죄책감을 가진 윤숙이 자신을 더 깊숙이 안아주길 바랐던, 푸른 바다 냄새가 나는 상현이 오래 곁에 머물러 주길 소망하던 마음들. 그 외로움들이 켜켜이 쌓여 하진을 바보로 만들었다. 모든 걸 다 알되, 모든 걸 다 몰라야만 하는 바보로. 고작 열 살의 아이, 하진은 눈칫밥을 이용해 스스로 멍청이가 되길 자처했다. “서하진을 기억하고 있는 천상현이라 싫은 건가.” 싸늘하게 일별하는 하진의 태도에 상현은 괜한 오기가 솟았다. “내가 싫다는 이유가 단지 네 과거를 잊고 싶고 숨기고 싶은 거라면 나는 용납 못 해. 좀 더 그럴 싸한 이유를 가지고 와봐.” 속속들이 파헤치는 눈빛으로 그는 하진을 읽어냈다. “그리고 이하진 경고하는데.” 싱긋 웃는 상현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눈을 질끈 감자, 뜨거운 감촉이 입술에 닿았다 떨어졌다. “더 이상 널 던지듯이 굴지 마. 다른 응석은 받아줘도 그거 하나만큼은 용서 못 해.”
을의 권태
윤유주 · 现代背景 · 初恋漫画连载“나 약혼했어. 그래도 내 옆에 있을래?” “훤아.” 너는 그날 나를 잡지 말았어야 했다. “뭐든 할게. 내가 네 옆에서 뭐든 할 테니까, 그러니까, 흡.” 무너져 내린 너에게 상처밖에 줄 수 없는 나에게, 너는 그날 매달리지 말았어야 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어야 했다. 외려 날 놓아줘서 고맙다고 넙죽 인사하고 멀리 도망갔어야 했다. 내가 다시는 널 찾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으로. 키스는 전희를 알리듯 노골적이었다. 숨을 고르며 어둑해지는 차창 너머를 응시하는 수현과 달리 훤은 뭔가에 정신이 홀린 사춘기 소년처럼 무작스럽게 그녀를 탐했다. 절제를 잊고 욕구를 분출하며. 아직도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는 것처럼. * “아, 훤아.” 끙끙 앓는 소리를 삼키던 수현이 손을 뻗었다. 곧장 깍지를 맞추며 손가락을 얽힌 훤이 입술을 오므려 살점을 빨았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답시고 혀를 피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클리토리스는 결국 그에게 포박되어 맑은 물을 담뿍 토하는 고문을 겪어야 했다. 손등을 콱 깨문 수현의 발버둥이 한층 더 고조됐다. 베개에 뺨을 이리저리 비비는 움직임을 눈동자에 욕심껏 집어넣으며 훤은 뺨을 옴쭉 오므렸다. 콧등부터 턱까지. 뜨끈한 애액으로 푹 절어졌다. 물씬물씬 물을 싸지를 때마다 수현은 수치심에 어쩔 줄 몰라 허우적댔다. 얄궂은 마음이 발동해 그녀가 날카로운 신음이라도 터뜨려줬으면 해 훤은 더 한계까지 몰고 갔다. “하지, 흡, 그만, 훤아. 나, 나…….” 어쩌면 지금보다 더. 단순히 쾌락으로 그녀를 흐트러뜨리는 게 아닌 앞으로 함께할 일상이 수현을 더 위험에 빠뜨리게 될 터였다. 얼마 버티지 못할 걸 안다. 사랑만 듬뿍 받고 자란 수현이 금방 지쳐 떨어져 나갈 걸 알았다. 그래서 더욱 간절했다. 우수현이 저에게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길 바란다. 저 없인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일상이 엉망이 되길 바란다.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환영처럼 환청처럼 나를 떠올리길 바란다. 사랑에 취해 사리 분별 못 하는 천치가 되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르더라도 내 곁에 남아 영원히 내 어둠을 밝혀주길 바란다. 그러니 수현아. 내게 더 정신없이 빨려 들어 그 자리에서 오래오래 말라 비틀어줘. 그렇게만 머물러 준다면 언제든 너를 이렇게 안아주러 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