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박추 | TIBIU
![사정거리 4만 킬로미터 [e북] 封面](/assets/default-cover.svg)
사정거리 4만 킬로미터 [e북]
이박추 · 现代背景 · 初恋漫画连载※작품 배경이 2010년대이기에 현재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감상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본 도서는 실재하는 인물, 지명, 단체, 배경, 사건과 무관합니다. 감상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열일곱의 어느 날, 연오는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이라는 이결과 함께 살게 된다. “…삼촌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눈치껏 불러요. 함께 사는 동안은.” 용기를 낸 물음에도 까칠한 답을 할 만큼 이결은 무심했고, 아침 식사 자리에서의 20여 분을 제외하면 마주치는 일도 없다. 그 짧은 시간에도 침묵만 오가던 어느 날, 뉴욕 출장에서 돌아온 이결은 뜻밖의 말을 꺼낸다. “앞으로 토요일엔 나랑 윤정희 관장님을 만나러 요양병원에 가야 해요.” 그렇게 매주 토요일, 연오는 이결과 함께 자신의 친할머니라는 윤 관장이 머무는 교외의 요양병원으로 향하고, 둘은 서로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나 모종의 일로 연오는 그의 집에서 나오게 되고 2년 후, 스무 살이 된 연오의 앞에 이결이 다시 나타난다. “저기요, 저한테 반말하지 마세요.” “잘됐네요. 나도 이제 애로 대할 생각 없었는데 그렇게 하죠.” 그리고 여전히 태연하다 못해, “좋네요. 어른으로 대할 수 있어서.” 뻔뻔한 이결을 보며 연오는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내 냄새 나네요. 내 옷 입고, 내 침대에서 자고, 내 집에서 샤워했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계속되는 만남 속에서 마주치는 그의 시선을 외면하기 힘들다. [본문 중] “아직 아픈 거 맞아요?” “…네. 아직 감기 기운이 조금 남긴 했어요. 아파요.” 남자는 내 대답을 듣고 아무 말도,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남자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지금 이곳에 흐르는 공기에 긴장이 됐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던 남자의 눈빛이 또다시 떠올랐고, 나를 보며 했던 그 말도 생각났다. 그리고 나를 진짜 조카로 받아들인 것 같다던 준서 형의 말도, 조카바보라고 하기에는 기분이 나쁘다는 이세현의 말도 떠올랐다. 얼핏 이 모든 것들이 잘 직조되어 하나의 답을 내려 주는 듯했지만, 이상하게 나에게는 엉킨 실타래 같았다. 답을 알 수 없을 땐, 피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남자를 올려다봤다. “죄송한데 제가 너무 졸려서…. 일찍 좀 자려고요.” 남자에게 이제 나가 달라는 말을 돌려 하며, 조명을 끄기 위해 바닥에 발을 내디딜 때였다. 남자가 내 허벅지 옆으로 양손을 짚더니 상체를 깊숙이 숙였다. 깜짝 놀라 침대 시트를 움켜잡았다. 그러자 그는 무릎을 반쯤 굽히며 내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이런 각도에서 남자와 마주하는 건 처음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남자의 얼굴은 이런 모습이구나…. 하나도 다를 게 없다. 들어 올리는 남자의 긴 속눈썹과 갈색 눈동자가 좀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뿐. 정말 그뿐이다. 단지 정말 그뿐이었는데…. “너 아프면 혼자서 못 자잖아.” 여지를 주지 않던 남자의 눈동자가 형형했다. 그를 내려다보던 나는, 그 눈빛에 붙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