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화 | TIBIU
18+삭 뜨는 밤
라화 · 架空历史 · 重逢漫画连载*이 작품은 조선을 배경으로 한 가상의 소설로, 역사적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와라 합니다.” 그를 지아비로 맞이하기 위한 첫인사였다. 아무리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하는 혼례라지만, 그녀에게는 그에 걸맞은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다면, 겨우 이 가여운 목숨 하나 부지하자고 처음 보는 사내 곁에서 숨 쉬며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삭은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이와의 작은 머리통을 따라 눈동자만 내렸다 올릴 뿐,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삭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스며들었다. 가문끼리 맺은 혼인에서도 버려졌으면서, 이제는 겨우 목숨 하나 부지하겠다고 정체도 모를 낯선 사내와 혼례를 치르겠다니.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러나 사내의 마음에 일었던 작은 변심의 대가치고는 참으로 번거롭고 성가신 여인이지 않을 수 없었다. 투명하고 하얀 피부 위로 벌겋게 물든 작은 입술. 그리고 여리게 달아오른 분홍빛 뺨. 들판 위의 꽃처럼 마치 저를 봐 달라는 듯 강렬한 색으로 제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으면서 막상 가까이 다가서면 작고 여리기 그지없는 그런 여인. 제 앞길에 걸림돌이 되면 바로 버릴 수 있다고 그렇게 자신했는데. 곁에 두면 지난날이 떠올라 마음껏 미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여인이 자꾸 궁금해서, 신경이 쓰여서, 그리고 어여뻐서 도저히 미워지지 않았다. 지난 8년간 갈고 닦았던 날카로운 마음이 그녀로 인해 조금씩 무뎌진다. 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듯 고통스러웠는데, 이제야 조금씩 숨길이 트인다. 그래서, 귀찮기만 했던 작은 변심이 자꾸만 욕심나는 걸까. 그때나 지금이나 이 작은 여인은 고리타분한 제 삶에 선명한 붉은 꽃잎처럼 생기를 더한다. “운이 좋았다라…….” 운이 좋은 건 나를 만나 목숨을 구한 이 작은 여인일까. 아님, 저 말간 눈에 비친 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