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고블린 | TIBIU
18+악녀의 나쁜 짓이 조금 이상하다
글쓰는고블린 · 喜剧 · 浪漫奇幻漫画连载나, 임세라. 자타공인 최고의 BDSM계 엘리트. 잠수 이별을 당한 직후 평소 읽던 소설인 『순진한 백작 영애의 유혹』 속 악녀, ‘비앙카 사이코 플레어’ 공녀에 빙의했다. 비앙카는 클리셰란 클리셰는 모조리 들이부은 전형적인 악녀였다. 남주인공에게 집착한 나머지, 여주인공을 포함한 주변인들을 마구 괴롭히며 악명을 쌓는. 그러다가 원작에선 결국 단두대 엔딩을 맞이하고 말지만… “단두대? 문제 없지! 나쁜 짓만 안 하면 되잖아?” *** 억울하다. 다시 말한다. 억울하다. 난 나쁜 짓 같은 거 하나도 안 했다. 사용인들을 괴롭히지도 않았고, 여주인공은 뺨 한번 때린 적 없다. 불쌍한 서브 남주를 학대하지도, 싫다는 남주인공에게 매달리지도 않았다. …물론 기사단장의 뒤를 강제로 뚫고 하녀를 많이 예뻐해주긴 했다. 순진하던 여주인공을 타락시키고, 서브 남주를 협박해서 겁탈하고, 남주인공까지 사기 쳐서 함락시키긴 했다. 그 외에도 기타등등 속이고 겁줘서 덮친 건 맞다. “그… 그치만 그게 나쁜 짓은 아니잖아?! 그런다고 악녀는 아니잖아??” *** “비앙카, 여기 종이에 쓰인 것을 보셨나요?” 레비안이 산들바람이 부는 듯한 미성으로 묻는다. 그리고 나는 그만 어이가 없어지고 만다. 이런 바보 같은 일을 벌여도, 꼴에 서브 남주라고 세계가 알아서 필터 씌워 주는구나. 나는 그 필터—물론 악녀의 필터다—가 내게도 적용된다는 걸 잊은 채 대답한다. “너무 잘 보여서 할 말을 잃었을 정도네요. 뭘 원하고 이러시는 거예요?” [레비안이 비앙카의 눈에 스며든 경멸의 빛을 읽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것을 그녀는 갖고 있었다.] “제가 원하는 건 이 종이에 쓰여 있어요.” “…제 입술이요?” [비앙카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새빨간 적안이 더러운 것을 보듯 레비안의 몸을 훑었다. 그리고 다시 얼굴로 돌아온 시선에는, 하찮다는 감상만이 가득했다. 그러한 취급에 레비안은 온몸이 핥아지는 듯한 오싹한 전율을 느꼈다.] 얘가 제정신인가? 어안이 벙벙해지는 충격적인 발언에, 나는 레비안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의심스러운 눈으로 훑는다.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겨선. “…….” 그런데 레비안이 대답하지 않는다. 금색 눈을 바보처럼 크게 뜨고 있을 뿐이다. 멍하니. 역시 뇌에 문제가 생긴 게 맞는 것 같다. 망할. 원작 시나리오와 설정값은 대체 어디서부터 망가지기 시작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