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사 | TIBIU

짝사랑의 종말
이소사 · 现代背景 · 单恋漫画连载평생 잊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반짝이는 녹색 잎,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 여름 방학의 교정. 햇볕 아래, 얼음이 반쯤 녹아 물이 뚝뚝 흐르는 생수병을 내밀며 웃던 정한. 선명한 기억 속의 정한을 떠올린 선우는 지금과는 많이 다른 그때를 추억하며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저를 향해 웃어 주던 그 남자는 이제 없으니까. “왜 왔어?” “오빠도 알잖아요.” 이유를 빤히 알면서 물어 오는 남자에게 새침한 목소리로 대꾸한 선우는 여전히 앞에 앉아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느리게 손을 움직이는 모습에 무어라 불평을 꺼내고 싶었지만 먼저 사랑에 빠진 선우는 언제나 약자였다. “삼촌.” “아, 네네.” 대충 대답하고 남자가 앉아 있는 의자 앞으로 몸을 움직였다. 편하게 걸터앉은 다리를 두 손으로 좀 더 넓게 벌려 냈다. 인상은 쓰고 있었지만 힘을 주어 거부하지 않는 남자의 다리는 쉽게 공간을 내어 줬다. “이러고 있는데 계속 삼촌 소리 듣고 싶어요? 정한 오빠.”
내 손에 목줄이 쥐어졌다
이소사 · 现代背景 · 初恋漫画连载권희재의 외가, 신씨 집안사람들은 대대로 정신에 문제가 있다. 피가 이어진 사람들은 누가 더 비정상인지 배틀을 해 대고, 며느리나 사위들은 그 전쟁통에 동지를 만난 듯이 험담이나 나눠 대고. 어머니, 신윤정 여사를 포함한 외가 사람들을 껄끄럽게 생각하던 권희재는 그래도 자신은 정상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품고 살았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선우 씨.” “네. 잘 부탁드려요.” 이선우를 만나기 전까지는. 선우를 처음 만나는 순간, 그가 외면해 왔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 소리쳤다. 이선우는 내 것이라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동시에 그동안 권희재가 자부심을 가져 왔던 평범함과 비혼주의 사상은 종말을 맞이했다. 그러던 중, 권희재로서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냥 안전한 곳에서 치료만 받으라는 말이니까 그렇게 날 세우고 경계하지 않고 편하게 있으면 됩니다.” “……제 일이에요. 그런 식으로 도움받을 이유는 없어요.” “아니요. 선우 씨는 보호가 필요한 법적 미성년자고 저는 선우 씨보다 나이도 많고 도와줄 수 있는 어른이죠.” 폭력을 일삼는 외삼촌에게서 선우를 제집으로 데려온 희재.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신에겐 마음을 열지 않는 선우의 마음에 들고자, 희재는 온갖 로맨틱한 이벤트를 벌이며 노력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권희재는 이선우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 [본문중] 어릴 때 아주 좋아하던 과자를 한입 가득 베어 물고 행복해했던 순간처럼 만족감을 티 나지 않게 삼켜 낸 희재가 선우와 시선을 맞췄다. 새까만 눈동자와 의식하지 못한 채 살짝 벌어진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추운 겨울에 길가에 버려진 어린 동물처럼 가련한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그러니까 안전이 확실해질 때까지만 여기서 머물러요. 저희 가족들은 모두 선우 씨를 반길 겁니다. 분명히요.” 확신을 덧붙인 말에 선우가 시선을 피했다. 천천히 걸어 맞은편에 앉아 시선을 고정하고 대답을 기다렸지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나직하게 말하며 말끝을 자주 흐리던,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는 끝끝내 들리지 않았다. 선우는 이 집에 머무르는 것을 무언으로 긍정하고 있었다. 희재는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조용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